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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 최정원
사진 출처: Sabine Weiss
추억 / 최정원
나도 어렸을 때 천사였다
산과 들 하늘만 보이던
내 고향
골목길에 굴렁쇠 소리가 요란하다
너도 나도
강산이 여섯 번이 바뀌어도
신작로에 흰 줄무늬
검정 옷으로 갈아입었을 뿐
산과 들 장군봉 영광정 망태봉도
그대로의 모습들이다
당산에 노송들은 없어졌지만
뒷동산에 소나무 숲
아직도 청춘인 듯
푸르기만 하고
나이는 속일 수 없듯
두터운 갑옷을 입고 있다
햇살이 숨어버린 밤
평상에 앉아
옥수수 감자를 먹고
하늘에 걸린 달빛은
구름 속에 숨었다.
살짝이 얼굴을 다시 내민다
가을밤 평상에 누워
밤하늘에 별들을 세어본다
하나둘 셋 넷
셀 수 없이 무수히 많은 별
속삭이듯 반짝거린다
북두칠성 사자자리
마당에 피워놓은 모깃불
연기는 춤을 추고
불티는 별이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찌르레기 소리 요란한 밤
개똥벌레 불빛을 따라
고샅길 옆
풀밭에 다가서니
개똥벌레 한 쌍이 짝짓기 중이다.
조용히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