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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상수연 즈음에 / 심영자
아버지의 상수연 즈음에 / 심영자
가난이 밥 먹던 시절 밥 한 그릇 잘 먹자고 먼 길 떠난 스므살 청년은 눈과 귀가 망국의 역사와 함께 긴 세월동안 어두움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만주땅을 헤매던 그 청년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살아온 그 여정이 이젠 100세가 되어 한 세기 동안
걸어온 삶의 길을 이 자식 앞에서 풀어 봅니다
전라남도 곡성군 한적한 시골 농촌 심씨 집안 칠봉리 집성촌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농사꾼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늘상 부지런 하시고 자식들 사랑이 남다르셨다
아버지께 문안 인사 전화를 드릴 때면 오냐 별일 없냐 언제오냐시며 현진이 승진이는 잘하고 있냐 그놈들 똑똑하다. 크게될겄이다
손주 칭찬과 안부의 말씀은 항상 같으셨다
애비가 한번 보고싶구나
네 아버지 언제 한번 뵈러갈게요
바쁜 일상으로 실천도 못하면서 나는 늘 같은 대답이었다
스물여덞에 한 여자를 만나 자식 낳고 살아오신 아버지 인생의 긴 여정이 어떠셨을까요
오늘의 이 상수연이 있기까지 그래도 아버지께서 휼륭히 잘사셨구나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백수를
누리시면서 생의 걸어오신 삶을 존경하고 축복드립니다
소박하시며 아드막한 둔더기가 되어
주셨고 항상 소년 같은 밝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배풀어 주신 하늘같은 높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신문을 보시며 정치를 논하시고 뉴스거리를 찾아 자식들에게 자랑삼아 말씀해 주시던 아버지
휘어진 허리가 정직한 삶의 가르침으로 자식들에 가슴속깊이
스며듭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우리들 곁에 계시기를 두손모아 기도합니다
아버지 오늘하루 행복한 최고의 날
되시길 바라오며 사랑하는 큰딸이
상수연을 즈음하여 이 글을 올립니다
큰딸 영자 드림
프로필
♡필명 설주(본명 심영자)
♡전남 곡성 출생
♡한국착각의 시학 연구회 회원
♡착각의 시학 시창작 아카데미 수료
♡착각의 시학 등단
♡공저: 시가 아프다 말할때 외 다수
♡ 그 숲에서 향기를 듣다 동인지 발간
♡현 에이비엘생명 근무